소리에 대한 실천적 접근, 소리를 통한 감각의 전환 / by Mullae Resonance

이미연
(콜렉티브 파트타임스위트의 멤버로 활동 중이며, 국내외 다수의 전시 및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쉬ㅣㅣㅣ쉬ㅣㅣㅣ. 워크숍 첫날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는 화이트 노이즈가 낮게 깔려 있었다. 강사로 참여한 제이미 알렌은 필자를 포함한 15명의 참가자를 둘러보며 ‘소리 빼기(sound subtraction)’라고 불리는 괜찮은 듣기 연습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서서히 화이트 노이즈의 볼륨을 높였다. 그 소리가 공간 전체를 가득 에울 때쯤 제이미는 느닷없이 소리를 제거했다. 종적을 감춘 소리의 청각적 관성이 느껴졌다. 그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제이미가 말했다. “지금 이 공간이 느껴집니까?” 

지난 6월 8일(2011년), 총 6일간 2주에 걸친 ‹국제사운드아트창작워크숍 Mullae Resonance›가 시작된 날이었다. 이 워크숍은 문래예술공장으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사운드 관련 워크숍 프로그램이었다. 문래동만의 미시적이지만 특별한 창작소스를 새롭게 발견, 발전시키고 그 경험들을 축적해 나가기 위한 일환으로 기획되었는데 예상보다 호응도 반응도 좋았다. 국내 사운드 아티스트인 류한길씨가 워크숍의 전반적인 코디네이터 역할을, 사운드 전문가 홍철기씨가 통역 및 진행보조 역할을 담당하는 가운데 세 명의 해외 사운드 전문가가 본 강의를 이끌어갔다. 워크숍 프로그램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작동되는 소리의 영역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을 골자로 했다. ‘사운드 아트’라는 것이 모든 종류의 소리와 관련된 영역들을 다루는 광범위한 분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리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귀기울이기’라는 듣기 체험부터 요구된 것이다. 
1차 워크숍(6.8~6.10)은 현재 영국 뉴캐슬 대학 컬쳐 랩에서 사운드와 미디어 분야를 연구하는 작가이자 연구자인 두 사람, 제이미 알렌(Jamie Allen)과 버나드 가르닉니그(Bernhard Garnicnig)가 진행했다. 청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기초적인 듣기연습이 선행됐으며, 그 후 참가자들은 녹음기를 들고 주변의 모든 사물과 공간의 소리를 직접 채집했다. 이를테면 ‘들을 수 있는’ 상태, ‘듣고자 하는’ 상태로 참가자들을 변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또한 단순히 소리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사물과 공간의 공명주파수를 찾거나 간단한 픽업 코일 장치를 이용해 전자기기들의 소리를 듣는 경험은 아예 들을 수 없었던 소리 영역에 접근하도록 도와주었다. 또 간단한 앰프를 제작하는 실습도 있었다. 매우 초보적 단계의 사운드 제어 장치에 속하는 것이었지만 소리가 구현되는 기계적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2차 워크숍(6.15~6.17)은 필드 레코딩 전문가이자 즉흥연주자인 제즈 라일리 프렌치(Jez Riley French)가 맡았다. 주로 일상생활 속의 소리현상을 파악하는 문제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었고 스피커 제작 실습도 진행했다. 
건축, 미술, 음악, 영화,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5인의 참가자들은 하루하루의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자신들이 채집하고 경험한 사운드들을 다 같이 모니터하면서 각자의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각 워크숍의 마지막 날에는 강사진을 포함한 참가자 전원이 관객들 앞에 모여 작은 앙상블을 가졌다. 어떤 참가자는 본인의 랩탑 본체를 이리저리 두드리기도 하고 어떤 참가자는 채집한 사운드를 재구성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자유롭게 소리에 접근하면서 자신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는지, 다른 소리들이나 공간과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 사운드 영역 안에서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을 진지하게 모색할 기회를 제공받았다. 말하자면 다소 수동적일 수 있는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사운드를 좀 더 주체적인 문제로 전환시키는 방법이었던 셈이다. 
소리에 대한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언제나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다만 그 경험이 좀 더 스펙터클한 사운드에만 맞춰져 있거나 그런 소리들에 의해 장악되어 결국 자폐적인 영역 내에서 일회적으로 소비되곤 하는 게 문제일 따름이다. ‘소리’라는 그 섬세한 존재를 실제로 경험하는 것, 그것의 다채로운 형태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아마도 사운드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첫 번째 접근방식일 것이다. 또한 바로 이것이 이번 워크숍이 제시한 ‘소리에 대한 감각적 경험’의 진짜 정체다. 워크숍의 결과물은 6월 21일부터 7월 3일까지 문래예술공장 곳곳에서 볼 수 있다.